[김재창 자서전9]가정의 품으로 돌아가다
[김재창 자서전9]가정의 품으로 돌아가다
  • 김재창
  • 승인 2019.03.13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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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순잔치 기념사진.
칠순잔치 기념사진.

이러한 사항을 행정실 경비담당 직원과 팀장에게 “우리 학교가 마치 불량배들을 수용하는 불량배수용소라도 되느냐? 이렇게 검증조차 되지 않는 불성실한 사람들만 보내느냐?”고 강력하게 항의했다. 행정실 직원은 용역회사에서 직접 채용하는 직원이라서 학교에서는 채용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변명 아닌 변명을 해 책임을 회피했다. 용역회사 팀장이라는 사람은 어쩌다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양해를 구하고 협조해달라는 말로 변명했다. 그는 팀장이라는 자기의 위치를 나에게 과시하는 듯싶었다. 나는 팀장에게 직접 항의하며 “지나가는 말로 대하지 말어라. 상대방이 받게 되는 애로와 고역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보았느냐?”며 강한 어조로 항의했다.

 직장에 출근하여 돈 버는 것으로만 만족하고, 병석에 있는 아내를 혼자 두고, 자녀들이 바라고 원하는 가장으로서의 위치를 상실하며 산다는 것이 과연 환영받을 일인지? 자문자답해보면 부족했던 모든 것이 후회스럽고 죄책감마저 든다. 자녀들이 전화했다. “아빠, 아빠가 받았던 월급 만큼 아빠 통장에 넣었어! 돈 버는 것만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고 엄마의 건강을 위해 또 우리 4남매가 함께 할 수 있는 행복한 가정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아빠가 한 번 생각 좀 해줘”라는 내용이었다.

 이때까지 살아오면서 내 어느 직장, 어느 곳에서든지 헌신하며 열심히 일했기에 그 공적을 인정받았고 표창도 받았지만, 가장 역할은 낙제점이었다는 사실이 새삼 느껴졌다. 다시 한 번 내 자신을 돌아보고 현재 마음 속 깊이 반성하는 기회를 갖는다.

용역회사의 표적 퇴출…스스로 그만 두다

어느 날 갑자기 용역회사 대전 본사 정실장이라는 사람으로부터 전화와 공문을 받았다. 회사에 필요한 사항이니 신체검사(대학병원으로 일방적 지시)를 받아 본사로 보내주라는 통보였다. 나무 어처구니 없었다. 고용계약 만료일도 아직 3개월 이상 남았고 신규채용도 아닌데 신검서 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뭘까? 어떤 자의 음해로 나를 표적삼으려는 의도인 것 같아 분개했다. 결격사항이 아니어서 저항도 하고 싶었으나 상대방이 나를 인정해주지 않는 한 그 자리가 황금방석일지라도 미련 없이 떠났던 나였다. 그들을 상대할 가치조차 없다싶어 곧바로 정실장에게 전화해 통보했다.

 “나를 눈에 가시처럼 여겨 표적 퇴출시키니 그 경비팀장이 날고 뛸 듯이 기뻐하겠지만, 세상은 정의가 있고 악질 인간은 언제나 천벌을 받게 되는 것이다. 내가 여기를 떠난다고 해서 굶어 죽지 않을 것이니 앞으로 있을 천벌에 대비하고 있으라. 당사자에게 꼭 전해주라”고 한뒤 사직서를 발송했다.

 나를 인정해줘 다시 불러주셨던 행정실장, 교장선생님에겐 임기조차 채우지 못하고 사퇴하는 배은망덕한 처사를 어떻게 전해드려야 할지 답답하고 괴로운 심정이었다. 사직서를 써서 들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행정실장을 찾아가 가정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직하게 되었으니, 배은망덕한 나를 용서해주시고 U학원의 무궁한 발전이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말씀드렸다. 실장님은 몹시 화를 내시면서 어떠한 사람이 어떤 음해를 했는지는 몰라도 내가 처리할 것이니 계속 근무하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피치 못할 가정사이지 다른 사항은 없다고 말씀드리면서 수위실 김주사님께 확인해보라고 말씀드렸다. 실장님은 그래도 미심쩍은 표정을 지으면서 “김재창 씨가 고만둔다”고 직원들께 소개하면서 몹시 아쉬운 표정으로 나를 보냈다.

 나를 누구보다 인정해 주셨고 많은 사랑을 주셨던 교장선생님께서도 “사장에게 내가 직접 전화하겠다. 몸 건강하게 있으라. 내가 꼭 다시 불러 들이겠다” 하시며 헤어짐을 몹시 아쉬워하시었다. 그러나 나는 교장선생님께 이렇게 부탁 말씀을 드렸다.

 “교장선생님! 그 고마우신 정을 도저히 잊을 수 없습니다. 사람이 고마운 은혜를 모르는 것은 짐승만도 못하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내가 은혜를 아는 사람으로 인정해 주신다면 교장선생님께서 가장 즐거운 일, 또 슬픈 일이 있으실 때 나를 잊지 마시고 꼭 알려주셔서 그리웠던 정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기회가 꼭 오기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친근했던 여러 선생님들 또 식당 아주머님들께는 차마 내가 사직한다는 말을 못했다. 내가 안 보이면 집으로 들어갔을 거라고 생각하시기 바란다는 말로 헤어짐을 아쉬워했다.

가장 사랑하는, 가장 존경하는 사람

 이제 나는 수십 년 동안 다녔던 직장에서 벗어나 자유의 몸이 돼 병마와 싸우고 있는 아내 곁으로 돌아왔다. 나의 아내! 나와 결혼해서 너무도 가난했기에 모진 세파와 싸워야만 했던 당신! 이제는 병마와 싸우면서 그 예쁘고 고왔던 얼굴은 어디가고, 일그러지고 수척해진 얼굴을 보니 한없이 애절한 눈물이 흐른다. 부잣집 막내딸로 태어나서 찢어지게 가난했던 나를 택해 23세에 결혼하여 이제 70세가 되기까지 결코 짧지 않았던 50년간은 오직 빈곤한 세파와 싸웠던 고난의 세월이었다.

 사경을 헤매며 견딜 수 없는 진통을 넘기면서 첫 딸을 순산하고 첫 국밥조차 먹을 수 없었던 일, 4남매를 남들보다 더 훌륭하게 키우기 위해 어린 자식들을 등에 업고 비 오듯 흐르는 땀을 훔치면서 명산대찰을 찾아다니며 종불사(절 신축이나 개축 시 기왓장에 이름을 새겨 넣는 것)도 했고, 불공에도 정성을 바쳤던 당신…. 생계 유지와 빚을 갚기 위해 말로 할 수 있는 고생을 감당하면서 온 몸으로 투자하고 몸을 아끼지 않았던 과로 때문에 얻은 간염과 당뇨병이라는 병마와 싸우고 있는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며 내 모든 것을 당신에게 받치고 싶은 마음이다. 그래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하지 않을 수 있을까?

 오직 남편만을 위해 또 자식들만을 위해 고생하시면서 살아오셨던 우리 어머님의 생애! 두 살이나 어린 아버지와 결혼하시어 평생토록 폭행과 수모도 당하셨으며 긴 병원생활도 가산을 탕진하고 돌아가셨지만 오직 남편만을 위해 봉사하셨기에 효부열녀로 칭송받으셨다. 어린 5남매를 키우기 위해 모진 고통을 겪으셨으면서도 오직 자식들만을 위해 헌신하다가 효도 한 번 받아보시지 못하고 중풍의 병마로 돌아가셨던 우리 어머님. 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라고 어찌 말하지 않을 수 있을까?

 엄마! 이 불효자식도 이제 80이 가까워졌습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엄마 생각이 간절해지며, 엄마 생각에 참을 수 없는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평생 동안 모진 고생만 하시고 사셨던 엄마의 환상(幻想)이 바로 내 눈앞에서 파노라마처럼 지나갑니다.

 엄마! 엄마가 너무 그리웁고 못 견디게 보고 싶을 때는 이미자 씨의 노래 ‘불효자는 웁니다’를 부릅니다. ‘불러 봐도 울어 봐도 못 오실 어머니여…땅을 치며 통곡해요…생…전…에 지은 죄를 엎드려 빕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범벅되고 노래가 아닌 통곡의 울음소리로 변해버립니다. 또 살아실재 어머님의 고생하신 모습을 떠올리며 태진아 씨의 ‘사모곡’, ‘무명치마 둘러매고…자나 깨나 자식 위해 신령님전 빌고 빌며…학처럼 선녀처럼 살다가신 어머니여 이제는 눈물 말고 그 무엇을 받치리까’

 노래 가사가 마치 현실처럼 다가오며 내 노래는 노래가 아닌 설움에 찬 전율로 변해 버리며 눈물만 흘러내립니다.

 엄마! 내가 훌륭한 문장가였다면 ‘엄마의 일생’, ‘사모곡’, ‘천국에서 온 편지’ 등 어미님을 그리워하며 썼던 유명작가들의 작품보다 더 간절한 사모곡을 더 감명 깊게 썼을 텐데….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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