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갑도 자서전8]군대때 선물 ‘구두솔’ 한 개로 생고생
[정갑도 자서전8]군대때 선물 ‘구두솔’ 한 개로 생고생
  • 정갑도
  • 승인 2019.04.0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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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답례품으로 싸리비 9자루 만들다
가족들과 기념사진.
가족들과 기념사진.

내가 군대 생활을 하던 1962년, 강원도 양구의 겨울은 엄청 추운 엄동설한이었다. 기온이 매일 영하 25도 이하였으니, 더운물로 세수하고 땅에 뿌리면 금방 얼음이 됐다. 야전변소는 꼭괭이로 퍼냈고, 소변은 금방 고드름이 되는 전설같은 일이 다반사였다.

그해 크리스마스때 감격스러운 일이 기억난다.

우리 사단장이 경상남도지사로 영전한 뒤 경상남도에서 우리 사단으로 크리스마스 선물을 몽땅 보냈다.

그 선물을 우리 사단은 예하부대로 분배했다. 하지만 그 수량이 부족해 예하부대에선 추첨으로 분배했는데, 나에게는 다행스럽게도 ‘구두솔’ 한 개가 당첨돼 행운인가 싶었으나…. 우리 사단에선 강원도 특산품인 싸리비를 경상남도에 답례품으로 보내기로 결정, 다음날 아침 9시까지 지정된 수량의 싸리비를 대령(?)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말단 우리 포반에 싸리비 9자루가 배정됐다. 그 배정 수량은 절대적이어서 반드시 이행해야만 했다. 우리 포반원 12명은 그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저녁 식사 후, 곧바로 30cm 이상의 눈과 얼음으로 뒤덥힌 부대 뒷산으로 올라가 꼭괭이와 야전삽으로 눈 얼음을 파고 찍어내기 시작했다. 어둠속에서 싸리나무를 손으로 휘저어 찾아냈다. 눈얼음 속 파묻힌 칙덩굴을 후레시를 비춰 찾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어쩌랴. 당일밤 우리에게 하달된 지상 명령인데…. 온통 얼음눈으로 뒤덮힌 산을 헤매 빗자루 재료인 싸리와 칡덩쿨을 구해다가 9자루를 만드는 작업을 마치고 나니 아침 9시였다. 납품시간은 지켰지만 우리 포반 대원 12명은 한잠도 못잔 상황이 됐다. 그 상태에서 바로 그날 훈련에 임해야 했다. 1962년 크리스마스 선물 ‘구두솔’ 한 개는 이렇듯 나에게 잊을 수 없는 악몽이었다. 지금도 우리집 신장에는 그것이 보관돼 있다.

최전방 야전에서 한밤중 싸리비 만들기 작업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겨울철 영하 25도이하 얼음과 눈에 뒤덥힌 어두운 산에서 변변한 장비도 없이 야전삽과 곡괭이로 싸리를 꺾고 눈과 땅속에 뭍힌 칡덩쿨을 찾아내어 싸리비를 만드는 일은 그때 군대에서나 가능한 일이 아니었나 싶다.

아무리 군대지만 요즘 같으면 그런 험한 작업이나 훈련은 시키지 않았으리라. 그때 고생했던 우리 포대원들 지금은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만나서 회포라도 풀고싶다.

<다음에 계속>

정갑도<청담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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