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갑도 자서전9]수박·닭서리가 용인되던 시절
[정갑도 자서전9]수박·닭서리가 용인되던 시절
  • 정갑도
  • 승인 2019.04.09 1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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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 손녀들이 함께 찍혔다. 오지다.
손자 손녀들이 함께 찍혔다. 오지다.

수박밭 변상에 곤욕 치르고

우리 동네에는 동년배 친구 들이 많았다,

여름방학 때면 서로 모여 수박 서리 등 여러 가지 장난을 모의한 후 저녁 시간대에 약속 장소에서 3~5명이 만나 행동을 개시한다. 주로 수박 서리 인데,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삼실 은(殷)씨네 황토 수박밭을 습격해 2~3개씩 따다보면 수박밭을 망쳐놓기 일쑤다. 서리한 수박을 움켜 쥐고 뛰어 대사매 가는 다릿목에서 만나 나누어 먹고 놀다 보면 밤중이 돼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 장난을 서너 차례 하다보면 수박밭 은씨에게 발각돼 수박밭 변상에 곤욕을 치른다. 결국 부모님들이 수박밭 손해를 보리 가마니로 변상해 주고 집에서 2~3일씩 쫓겨 나기도 한다. 그때는 그런 심한 일을 장난으로 여기며 자랐다. 요즘 같으면 특수 절도로 모두 징역감이 아니겠는가?

돼지고기까지 노려…지나친 장난질

그때 우리들은 장난이 넘 심했든가싶다. 요즘에는 생각도 못할 일이건만 그때는 몇사람이 모이면 닭서리를 모의해 즐거운 마음으로 행동을 개시한다, 원덕산 마을 홍기네 닭장에서 큰 장닭을 훔쳐다가 성도형 집에서 끓여먹고 있는데 홍기 아버지가 찾아와서 “응 너희들 이었구나”하고 말만 하고 가셨다. 우리는 엄청 놀라 내일은 모두 죽었구나 생각하며 마음 조이며 헤어졌는데, 점잖으신 그 어른은 꾸짖거나 책임을 묻는 아무런 조치없이 우리를 용서해줘 어찌나 감사한지. 우리는 그 뒤로는 마을 닭서리는 안했다.

어느때는 염산 초두까지 가서 닭서리를 해 다리를 건너 오는데 주인이 장대를 들고 따라왔다. 내가 잡히기 일보 직전에 동행한 행일 형의 도움으로 겨우 도망처 왔다. 그때 잡혔더리면 어떤 사태가 벌어졌을지 아찔하다. 훔쳐온 그 닭들은 어떻게 처리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또 어느 날 한번은 닭주인 남계리 상원 씨가 따라오면서 “응 한 사람은 ○○인 것 같고”하며 소리쳐 거명하고는 뒤돌아 갔던 일도 잇다. 그때 우리들 장난은 철부지가 아닌 너무 지나친 것이었다고 뉘우친다.

어느날 밤은 봉현이와 단둘이 원덕산 길봉씨 (오래전에 작고하심)가 팔려고 잡아서 부엌에 걸어 놓은 돼지 고기를 노렸다. 봉현이가 부엌옆 담구멍으로 기어 들어가서 매달아 놓은 돼지 고기를 담 구멍으로 넘겨주면 나는 밖에서 받아주고…. 봉현이는 그 담 구멍으로 다시 기어 나오다 떨어지기도 했다. 그때 도둑질한 돼지 고기 역시 어떻게 처리(분) 하였는지 기억 나지 않는다.

참 아찔한 장난 이랄까. 그후 봉현이와 나는 서로 만나 다시는 그런 일 하지 말자고 약속했다. 그 뒤로는 일체의 수박서리, 닭서리, 돼지고기 도둑질 등 장난에서 손을 뗐다. 그때 우리들은 모두 잘 자라서 공직자들이 되었고, 어쩌다 만나면 서로 “도둑놈들”이라고 웃고 떠들었다. 돌이켜 생각하면 그때가 그립기도 하고 아찔하기도 하다. 얼마나 순진하고 좋은 시절이었는지 그립지만 깊히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모두 도둑놈들이야!

그시절 그 친구들은…

만곡 살던 친구 이종기 집이 염산으로 이사해 몇몇 친구들이 종기 집에 가서 밤새도록 노래 부르고 떠들면서 불렀던 유행가 “울어라 키타줄” 노래는 잊혀지지 않는다. 특히 친구 한 놈은 못먹는 술에 취해 종기의 머리빡에 오줌을 깔겨 버려서 잠자다가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

초두 사는 황필중과는 하교길에 산길을 걸으며 “꿈에본 내고향” 등 유행가를 따라 불렀다.

고등학교 동기생이지만 나이 많은 춘근이가 장가갈 때 친구 5~6명이 우인 대표로 따라가 축사도 읽어주고 축가도 부른 후 걸게 차려준 음식을 대접받았다. 신랑·신부 놀려주고 신부가 만든 손수건 선물도 받아서 즐겼던 일은 지금은 볼 수 없는 추억이다. 고교 졸업 이후 소식이 끈긴 춘근이는 잘 살고 있겠지. 행운을 빈다.

정갑도 <청담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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