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갑도 자서전 12]4전5기 일자리…나이먹은 설움
[정갑도 자서전 12]4전5기 일자리…나이먹은 설움
  • 정갑도
  • 승인 2019.04.18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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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효열비.
어머니 효열비.

정년 퇴임후 10여년차 부터는 가는곳 마다 고령자 대우를 받게돼 은근히 언짢았다. 퇴임후 쉬지않고 친구들과 어울려 우리고장에서 열렸던 전국체전, 소년체전, 장애인체전 등 행사때 자원봉사를 하고, 경로 일자리에도 꾸준히 참여해 즐겁게 살았다. 그리고 2010년부터는 어러운 절차를 거쳐 초등학교 ‘배움터 지킴이’로 선발돼 어린이 보호자로서 보람되게 살았다. 그러다 배움터 지킴이 7년차인 2016년 3월초, 새학기 출근 준비에 설레고 있는데 황당하게도 ‘배움터 지킴이’ 일자리를 잃게 됐다.

전국 시도교육청과 정부·교육부가 누리과정 지원 예산 문제로 대립중인 때였다. 이때 광주광역시교육청은 국립대 산하 학교 ‘배움터 지킴이’는 국가 예산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광주시내 345명의 지킴이중 국립인 3개 학교 (광주교대부설초, 전남대학교 사대부중·부고)에 예산 배정을 중단함으로써 빚어진 일이었다. 나를 포함해 지킴이 3명은 그간 정들었던 일터를 잃고 망연자실했다.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진 신세였다.

배움터 지킨이 면접 줄줄이 낙방

그날 이후 우리는 교육감을 면담하고 중앙부처에도 진정하는 등 노력했으나 쉽게 해결되진 않았다.

나는 “일없이 노는 것은 힘든 일 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기에” 수시로 교육청 홈폐지를 뒤져 배움터 지킴이 모집 학교를 발견하고 서류를 갗춰 응시했다. 그러나 각 학교에선 한 살이라도 젊은 분을 모신다는 원칙에 따라 나는 4개 학교에서 네 번 낙방했다. 비로소 나이 많은 설움이 밀려왔다.

지금까지 나는 무병하니 건강하기 살아와서 나이는 의식하지 않았는데. 나를 처음 본 사람들은 거의 7~8살 정도는 젊게 봐줘 늙은이로는 생각도 않고 살아왔는데….

이렇게 고령자 대우를 받고 보니 인생이 드디어 처량하고 한심하게 생각됐다. 그럼에도 나는 용기를 내 5번째로 응시, 현재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 서류를 냈다. 이 학교 역시 서류전형 결과 경쟁률이 7대1이었다. 서류 심사에서 4명을 배제하고 3배수를 면접한 결과 “나이는 드셨지만 모든 면에서 우수해 선생님을 선발하게 되었다”는 담당교사의 합격 알림을 듣고 너무 기뻐 “감사합니다”를 연발해다. 이렇게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4전5기, 7대1의 경쟁’을 이겨내고 보람을 찾았다. 새로운 각오로 ‘배움터 지킴이’임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을 다짐하며 2016년 5월15일부로 출근했다.

나는 36년 간 경찰관으로 근무할 때, 20대 1의 초임 배명 이후 4번의 승진시험에서 모두 첫 시험에 합격했으니 4전5기의 쓴맛은 생전 처음이었다.

이와 같은 나의 역경을 전해들은 후배 경찰서장은 “선배님 나이 먹을건 아니네요. 그러나 대단 하십니다”라고 축하해 줬다. 이후 광주시교육감이 국립대학교 산하 3개 부설학교에도 추경예산을 편성해 2016년 7월1일부터 ‘배움터 지킴이’ 3명 모두가 근무할 수 있도록 조치해줬다.

한편 ‘배움터 지킴이’는 퇴직교사와 경찰관들이 할 수 있는 소위 전문직으로서, 광주에선 초·중·고·분교까지 345명이 근무중이다. 그중 교장·교감 퇴직자들이 상당수이다. 초반에는 나이 제한을 검토했으나 100세 시대에 타당하지 않다는 의견에 따라 2014년 말 국무회의 의결로 이게 변경됐다. ‘7일 이상 병고없이 근무할 건강한 사람을 교장 책임으로 채용하며, 자원봉사 개념의 소액의 보수와 학교급식으로 점심을 먹도록 학교장에게 권유하고 주 5일 근무로 학생들을 성실히 보호해야 한다’는 규정이 새로 정착됐다.

학생들께 받은 감사상 ‘울컥’

친지들은 “이제는 쉬시라”고 위로 아닌 위로의 말을 건네지만, 나는 “쉬는 것 보다 어렵고 힘든 일은 ‘일없이 노는 것” 이라는 생각이어서 꾸준히 봉사할 작정이다.지난 스승의 날에는 우리학교 어린이 2명이 나에게 와 “이거 받으세요”하며 종이봉투를 쥐어주고 달아났다. 그걸 펼쳤더니 학생들이 만든 상장이었다.

‘제 2017-0515호/ 상장/ 안전지킴이상/ 이름:지킴이 선생님/ 위 선생님은 학생의 안전과 학생 사랑에서 뛰어 났음으로 이 상을 드립니다/ 2017년 5월15일/송학초등학교 학생 송예담 SYD’

‘상장/ 지킴이 선생님/ 지킴이상/ 항상 학생들을 안전하게 지켜 주심으로 이 상을 드립니다. 매일 감사해요/ 2017년 5월 15일/ 송학초등학교 김태희 kth’

학생들이 준 이와 같은 상장을 받고 울컥했다. 지킴이로서 보람을 느낀 순간이었다. 지금은 100세 시대라고 한다. 오늘도 건강하게 일하시는 전국의 노익장님들 장수하시고 건승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나는 1937년 생입니다.

<다음에 계속>

정갑도 <청담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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