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갑도 자서전13]주례 (主禮)를 서는 마음가짐
[정갑도 자서전13]주례 (主禮)를 서는 마음가짐
  • 광주노인신문 노다지
  • 승인 2019.04.18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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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손녀들과.
손자손녀들과.

어느해 부턴가 주례를 자주 부탁받았다. 모처럼만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는 처지이다보니 임지를 달리할 때마다 종종 주례를 서게됐다. 부탁하는 사람은 어렵게 말하는데 쉽게 거절할 수도 없었다.

한편으론 한 사람의 대사인 결혼 생활이 진심으로 행복하기를 비는 마음으로 성의껏 주례를 했다. 그 날은 아침부터 긴장된다. 길어야 30분 정도의 행사지만 결혼 당사자와 그 가족들은 일생 가장 중요한 일이다. 또 예식장까지 찾아온 하객들은 결혼식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연단을 주시하며 주례사는 물론, 주례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살필 수밖에 없다. 결혼식 분위기를 좌우하는 것이 주례 예식이기에 긴장하지 않을수 없다.

옷매무새를 정갈하게 하고 일찍 식장에 도착해 주변 상황 및 하객들 분위기를 살피는 등 여유롭게 예식을 하려고 서두른다. 모든 절차를 기존 틀에서 벗어나 진부하지 않게 진행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기급적 예식을 즐겁게 진행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나는 ‘미랑 이수정’시인의 ‘헌시’를 종종 낭독해줬다.

그대의 맑고 고매한 인품 하나면

그대의 변하지 않을 따뜻힌 사랑 하나면

이 세상에서의 시간들은

아름다운 날 되지 않겠습니까?

네가 그대에게

일 년에 한 송이씩 피워내는 장미꽃을

백 한송이 드리는 날까지

함께 오래도록 존경과 믿음의 울타리를 가꾸며 살고 싶습니다.

이 시는 백년해로(偕老)를 지나 백한 살까지 해로하라는 의미로, 자주 인용한다.

주례사는 가능한 한 크게 이야기 하고 짧게 하려고 한다. 예식장에 갈 때마다 겪는 바지만 연단의 주례사가 길고 잘 들리지 않으면 짜증난다. 즐거워야 할 예식이 무겁고 지루하고 형식에 치우친 예식이 되는것이다. 그 때문에 진행을 재미있게, 부드럽게 하려고 무척 애를 쓴다.

신랑 신부 결혼 서약 때는 대답을 크게 하도록 해 식장 뒤편까지 확실히 들리게끔 한다. 신랑 신부측에게 재미있는 이벤트도 많이 주문하도록 하객들을 유도한다. 일생 처음이자 마지막인 결혼식을 조금 무리 하거나 이벤트가 많아도 충분히 애교로 보아 줄만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주례사를 하지만 신랑·신부의 귀에 들릴리 만무하고, 설령 들었다 해도 쉽게 잊혀 지는 게 당연하다. 그래서 나는 주례사와 신랑 신부 십계명을 코팅해 별도로 준비, 결혼 서약서와 함께 보관토록 당부한다. 기회 있을 때마다 서로 읽어 보라는 의미다.

결혼식 말미에는 새출발 하는 그들에게 힘찬 박수를 유도하고 부부가 행복하기를 빌어준다. 이 풍진 세상에서 사고없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백한 송이 장미꽃을 피워달라고 빈다. 나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건강하고 잘 인내한다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내가 주례룰 맡았던 부부들이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하다.

나의 주례사를 듣고 새출발한 부부들이 부디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빈다. 그리고 주례사에서 낭독한 헌시처럼 “오래도록 존경과 믿음의 울타리를 가꾸며” 살아가길 기원한다.

<다음에 계속>

정갑도 <청담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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