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말 랩’까지…“더 오~져 블고마잉” 
‘전라도말 랩’까지…“더 오~져 블고마잉” 
  • 광주노인신문 노다지
  • 승인 2019.06.03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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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아름다운 전라도말 자랑대회 풍성
온동네 묘 태운 사연 등 ‘찡하고, 쨍하고’
1일 광주비엔날레전시관 거시기홀에서 열린 ‘제9회 아름다운 전라도말 자랑대회’ 참가자들.
1일 광주비엔날레전시관 거시기홀에서 열린 ‘제9회 아름다운 전라도말 자랑대회’ 참가자들.

 “와따, 무대 가수들 오져블그만/목포 완주 영광 놀다왔드만/빛고을 광주까지 디져블그만 … 놀아도 함께/신나는 상태/다 모태 모다 함께/항꾸네 논께 좋네”

 라임까지 딱딱 떨어지는 ‘전라도말 랩’이 무대를 가득 채우자 청중들은 몸을 들썩이며 리듬에 몸을 맡겼다. 

 “전라도닷컴 겁나게 고마워브러/내 맘의 고향 가슴을 젓어나브러/서울서 5년 솔찬히 변해브러써/시방 그래도 고향이 좋아/아따 글 안하요, 잉 잉/아따 글 안하요, 잉 잉”

 힙합 공연장을 방불케 한 무대는 다름 아닌, 제9회 전라도말 자랑대회가 열린 1일 광주비엔날레전시관 ‘거시기홀’. 올해는 참가자들의 다양한 사연과 신선한 시도로 “더 오진” 한마당이 펼쳐졌다. 

 특히 구성진 전라도말과 랩 장르의 신선한 조합을 보여준 스물다섯 청년 최새론 씨의 등장에 모두의 눈과 귀가 쏠렸다. 

 사회자 지정남(마당극배우) 씨와 마주한 그는 “솔직한 말로 저는 사투리로는 비빌 수가 없고, 어른들께 한 수 배우고잡허”서 행사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서울 살이 5년차, 쌔빠지게 공부 해가꼬 상경했드만 사람 마음이 요라고 간사한가. 인자사 고향 땅 생각하믄 가슴이 벌렁벌렁 하고 그라요.”

 “목포에서 초등학교 나오고 중학교는 완주, 고등학교는 영광에서 다녔다”는 그는 “시방 나보다 호남사람이 어딨어? 아빠는 해남사람, 엄마는 김제사람”이라고 덧붙여 청중들을 배꼽 잡게 했다.

‘전라도말 랩’을 선보인 최새론 씨.
‘전라도말 랩’을 선보인 최새론 씨.

“전라도 사람 같지 않다”에 껄쩍지근

 뼛속까지 전라도 사람인 그가 전라도말로 랩을 하게 된 건 서울에서 “뭔가 기분 껄쩍찌근한” 말을 들었던 경험에서 기인한다. 

 “누군가 ‘너 별로 전라도 사람 같지 않다’는 말을 했는데, 겁나게 기분이 이상했어요. 서울 살면서 서울말 비슷하게 쓴다는 것도 칭찬인 것 같기는 한데…. 근디, 나 전라도 사람 맞는디….”

 “서울 살면 서울사람 되는 것이 인생이지만, 근디도 난 데는 못 잊는 거 그거이 인생”같다는 청년의 깨달음이 전라도말 랩에 담긴 메시지였다. 최새론 씨는 이날 영판 오진 상(금상)을 수상하며, 새로운 도전을 인정받았다. 

 또 다른 ‘영판 오진 상’ 수상자 김단례 어르신은 ‘즈그 아비는 참말로 좋은 양반이었제’라는 제목으로 고된 시집살이의 가슴 저민 사연을 들려줘 청중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완도에서 온 권창애 어르신은 동네 묘를 다 태우게 되면서 서럽게 살아온 일평생을 절절하게 들려줘 ‘질로 존 상(대상)’을 수상했다. 

 “밭농사를 짓다 동네 묘를 다 태워블고 혼자 한 평생을 받쳐 울고 불고” 살아온 세월이다. 한 묘당 100만 원씩 총 55개의 묘를 보상해줘야 할 상황. 화장실 청소 등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다 했다. 

 서러운 나날 속에서도 “동네 사람들 다 나를 미워한디 죽 조까 써온 이” 있고, “경찰서서 나오란디 징역 갈까 무서서 벌벌 떤디 ‘물 주까요, 커피 주까요’ 물어온 경찰” 등은 꽁꽁 언 맘을 녹인 기억들로 남아 있다.

 이날 ‘어찌끄나 상’은 참가자 최순례(‘시방이라도 뫼똥에 가서 물어보고잡소’), 황영순(‘소설 혼불에 미친 촌할매의 얼토당토 않은 야기’) 이순희(‘전라도 아그들은 어디다 띵겨불어도 잘 살 것이여’) 씨가 수상했다.
 

‘질로 존 상’ 수상자 권창애 어르신.
‘질로 존 상’ 수상자 권창애 어르신.

“해가 갈수록 사연·감동 깊어져”

 ‘배꼽 뺀 상’은 곽미옥, 노금희, 조봉권, 손홍식, 임혜숙 씨가 수상했다. 참가자 중 가장 옷을 맵시 있게 입은 참석자에게 주는 상인 ‘옷맵시 상’은 청중 서귀옥 씨에게 돌아갔다. 

 이번 전라도말 자랑대회의 심사평을 발표한 목포대 이기갑 교수는 “작년과 비교해 올해는 다양한 사연과 참가자들의 이야기가 많아 감동을 더했다”면서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직접 들려준 참가자들, 사투리 랩으로 새로운 장르를 선보인 참가자 등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행사장에서 만난 황차은 무안여성농업인센터장은 “우리지역 여성 어르신들이 대회에 참여한 적이 있어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행사여서 꼭 한 번 참석하고 싶었다”면서 “올해 스무 분의 어르신들과 함께 오니 모두 오랜만에 유쾌하게 한 바탕 웃으시고 즐기시다 가는 것 같아 덩달아 기분이 좋다”고 밝혔다. 

 한편 제9회 아름다운 전라도말 자랑대회는 광주시립민속박물관과 월간전라도닷컴이 공동으로 연 행사다. 남도의 멋과 흥을 오롯이 담고 있는 전라도말의 가치를 일개우고 지역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함양하고자 지난 2011년부터 매년 개최되고 있다. 

 이번 대회에선 누구나 크게 웃고 공감할 수 있는 전라도말 알아맞히기와 경품추첨 등 다양한 즐길거리가 준비됐다. 또 극단토박이의 5·18민중항쟁 기념공연 ‘오! 금남공원’, 전라도닷컴 만인독자위원회의 축하공연도 열렸다.
김우리 기자 uri@gjdre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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