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에 쓰러진 벼 일으켜 세워야만 하나!
태풍에 쓰러진 벼 일으켜 세워야만 하나!
  • 이재광 시민기자
  • 승인 2019.09.24 11: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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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시 여뭄 정도 40~50% 수확 감소 불구
인력난, 숙련도 등 경제적 타산도 계산해야

똑 같은 품종의 볍씨를 신청해서 농협을 통해 공급 받아 거의 비슷한 날짜에 묘판작업과 육묘를 해서 이앙을 했는데, 누구네 논은 멀쩡한데 누구는 논은 비적(匪賊) 떼가 헤집고 간 것처럼 벼 포기들이 누워버렸다.

다른 지역에 비해 피해가 덜하다고는 하나 태풍이 헤집고 간 논바닥은 가관이 아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써야 하지? 무조건 일으켜 세워 묶어야만 하는가? 낟알의 숙기와 논의 담수상태, 작물의 생육상황에 따라 일으켜 세워 묶을 것인가? 논바닥이 마르도록 물만 뺄 것인가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

쓰러진 벼를 묶어 세웠을 때 효과를 분석해 놓은 자료가 있어 흩어봤다. 쓰러진 벼를 그대로 두면 벼의 여뭄(등숙) 정도에 따라 40∼50%의 수량감소가 예상되나 빠른 시일 내에 일으켜 묶어세우거나 장대를 이용하여 제쳐주기를 실시하면 피해를 10% 이하로 줄일 수는 있다는 것이다.

출수된 지 30일 이상이 된 황숙기의 벼는 이삭이 부패하거나 낟알에서 싹이 나서 벼 알이 손상되는 등 수량과 미질저하 우려가 있기에 배수로를 정비하고 물을 완전히 빼고 서둘러 수확을 하라는 것이다.

문제는 출수된 지 30일이 지나지 않은 아직 유숙기를 지나 황숙기 초기에 있는 벼논인데, 이런 경우는 가능한 빨리 4~6포기씩 묶어 세워주거나 장대를 이용하여 반대쪽으로 제쳐주기를 실시하면 등숙을 향상하는데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작업인력이다.

98년이던가? 태풍 ‘예니’로 기억을 한다. 추석 무렵 수확 앞둔 벼논에 태풍이 휘젓고 가는 바람에 도복 벼 묶어세우는 작업으로 진땀을 뺏던 적이 있다.

철도변 쪽 읍면에 근무를 하던 때인데, 출근과 동시에 장화와 작업복을 입고 논바닥에 들어가 허우적대기를 너댓새 가량을 했을까? 벼 세우기 작업이 힘든 일이라는 것을 그 때 처음 알았다.

이제는 냉철한 분석이 필요할 때이다. 쓰러진 벼를 일으켜 세우기 이전에 도복의 원인부터 분석을 해야 한다.

대부분 아직 잎은 물론 벼줄기가 시퍼런데 도복이 되었다면 이는 토양에 거름 성분이 많다는 것이다. 웃거름[追肥] 따로 주지 않았는데도 이렇다면 이는 십중팔구 축산분뇨(액비)를 살포한 논이거나 녹비(綠肥)작물을 파종했던 필지라는 것이다.

이런 논들은 웃거름을 줄여야 하는데, 녹비나 액비의 특성상 비료효과가 더디게 나타나는 바람에 인접 필지들의 벼논은 푸르다 못해 시커멓게 눈 바닥을 덮고 있는데, 자신의 논은 그렇지 못하니 요소(尿素)가 되었건 복합(複合)이 되었건 웃거름을 살포한다는 것이다. 인간의 욕심이 문제인 셈이다.

링링(Lingling)이 지나갔다. 몇 개 읍면에서 도복 피해에 대한 신고가 접수가 되었다. 탁상행정(卓上行政)을 한다는 말을 가장 듣기 싫어하는 게 농업부서의 공직자들인지라 수시 들녘을 살피고 생소한 광경들을 눈여겨 봐온 터라 어느 어느 논들이 피해가 있을 거라는 예측을 한다.

태풍도 오지 않았는데 멀쩡하던 벼 포기들이 쓰러진 필지들을 보면서 원인분석을 하고 있는데, 이번 태풍으로 도복이 되었다며 일으켜 세워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힘없는 면 직원(?)을 틀어잡고 사정을 하다가 안 되니 다시 군(청)으로 전화를 해서 이 사람 저 사람을 찾으며 난처하게 하더라는 것이다. 그래도 농민의 편이기에 사정을 헤아려 아양도 떨어보고 최대한 조근 조근 전화 응대를 하건만 요지부동이다.

4~6포기의 벼 포기를 일으켜 세워 묶더라도 최대한 조심스럽게 나락이 구부러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처음인 사람들한테 맡기게 되면 안하는 것보다 못하다는 것이 이 도복벼 세우기 작업이라는 것이다. 또 이렇게 묶어세운 벼 포기를 수확 시에는 콤바인의 원활한 작업진행을 위해 다시 끄나풀을 풀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 논리를 따지자면 그대로 두는 게 훨씬 나을지도 모른다. 또, 이렇게 공력(功力)을 들여 수확한 나락이 제값에 팔거나 적정가격에 매입을 해간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남아도는 쌀이다 보니 그렇지도 않다는 것이다.

이런 사정을 알기에 무조건 묶으라고만 할 수도 없고, 그대로 두고 보기도 어렵다. 사양(斜陽)단계라 얘기하는 국민의 먹을거리를 만들어 내는 농사(農事) 어떻게 지도를 해야 할까?

군부대 지원을 받아 쓰러진 팔월 열사흘 날 쓰러진 벼 포기들을 일으켜 세워 묶기는 했지만 글쎄 얼마나 수확을 하게 될까? 한숨 소리만 들녘에 퍼지는 가을이다.
이재광 시민기자 jglee1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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